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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오후 2:29:10 입력 뉴스 > 칼럼/사설

고깔을 쓴다 (97)




 아기 창으로 통해 바라본 세상은 한 줌씩 보여주고 있었다. 하늘 한 줌, 소나무 한 줌, 앞산 한 줌, 바람 한 줌, 참새 한 줌, 고라니 한 줌, 구름 한 줌. 그러다가 어느 한 줌에서 멈추길 선 영은 눈을 껌뻑거리지 않고 소망했다.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들레 한 줌, 돌멩이 한 줌, 계단 한 줌, 처마 끝 풍경 한 줌, 운동화 한 줌, 연못 한 줌, 잉어 한 줌. 선영은 아기 창문을 닫았 다. 그러자 한 줌은 없어졌다. 다행이 라고 벽을 등에 기대고 앉았다. 오월 의 기운이 축축하게 방문 틈 사이로 스며들어 오고 있었다. 여전히 밖은 빗소리로 흥건했다. 선영은 벽이 주는 안정감을 꼿꼿하게 허리를 편자세로 지켰다. 스물일곱의 나이가 거추장스러웠다. 빨리 서른 살이 되고 싶었다. 그러면 서쪽에서 해가 뜨고 동쪽으로 질것만 같았다. 너무 나갔나 싶어 자 세를 고쳐 잡으며 생각을 한풀 꺾었 다. 변두리에서 중심가로 진출하는 주 거의 전환이 머릿속에 잡혔다. 딱히 그것을 뒷받침하는 설명은 어렵지만 막연하게도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치 는 분명했다.
빗소리는 차지게 방안으로 배달되 고 있었다. 문고리에 꽂아둔 쇠꼬챙이를 빼자 꽃 살문방문의 틈새가 벌어졌다. 마치 그 틈새를 시작으로 만개하려는 한 송 이 꽃 살의 요동으로 잔잔하게 전해 져 왔다. 선영은 방문을 열었다. 외눈 박이 키다리 아저씨처럼 가로등이 껑 충 서있었다. 빗줄기에도 불빛은 그렁 그렁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빗물이 튄 마루로 나갔다. 명적암의 본당이 가부좌를 틀고 저만치 보였다. 발바 닥은 젖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몇 방 울 무리에서 이탈한 빗물로 인해 돌 아선다는 것은 선영의 자존심이 허락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로등 불빛 에 투명한 알몸뚱이를 빗방울이 드러 내고 있었다. 맨발로 마루에서 내려왔 다. 산사는 오월 기온이었지만 더 차 갑다고 생각되었다. 거기다가 찬 바닥
에 빗물까 지 젖어 있 는 상태에 서 맨발이 라니. 무슨 고 집스러움 일까. 선영
은 걷기 시작했다. 빗물에 미역줄기처 럼 엉킨 머리칼이며 도시에서 벗어난 낯선 산사에서, 젖은 채로, 한발 한발 옮기는 맨발의 어둠, 먼 곳에서 부엉 이 울음이 들리고 있었다. 문득 고개 를 들면 빗소리에 사무치는 처마 밑 풍경소리가 놀라웠다. 어둠은 앞산을 뒤덮고 하늘은 수평적으로 잠들어 가 는데 아직 둥지를 찾는 산새 한 마리 날았다. 이런 세상도 존재하고 있었구 나. 걸으면서 선영은 새삼스럽게 반짝 거렸고 비 갠 아침이 오면 뭘 하지, 잠 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맨발은 곧 얼얼했다. 이어서 시렸다. 경내 바닥 에 깔아놓은 자갈은 키 맞추지 채로 그만큼 맨발을 확인 시켜주고 있었다. 화단의 경계로 만들어진 돌 화분에서 꿩의비름 식물의 달걀모양 잎이 빗물 에 더 녹색을 띄고 있었다. 맨발의 짧 은 보폭이 잰걸음을 만들어내고 있었 다. 법당 뒤에 있는 연못까지 가고 싶 었지만 가로등 불빛이 거기까지 미치 지 못할 것 같았다. 어둠에 눌린 괴기 한 연못과 마주하기 싫었다. 이때 주 지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비가 경내까지 가득합니다. 이제 방으로 들어가시지요.
선영은 무인도에 버려진 느낌이었는 데 비로소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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