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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8 오전 10:29:50 입력 뉴스 > 칼럼/사설

고깔을 쓴다 (125)



앞뜰에 쌓아둔 장작을 아궁이 근처로 날라 와, 불씨 속으로 고만고만하게 던져 넣는다.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다독여 하나의 덩어리로 무리 지어질 때 아궁이의 벽을 타고 아낌없이 솟아오르는 저 화염, 혹은 울컥울컥 들려오는 외마디 비명, 소멸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한점 재가 스스로의 참모습이라면 우리는 부질없는 것에 매달려 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그래도 적당한 대답은 흥건한 나무 향으로 대신해도 족하지 않는가. 탄다. 타오른다. 솟구친다. 뜨겁다. 익어간다. 곤두박질치고 무너지고 따라오는 녹녹치 않은 아, 삶이여.

세상의 어디에도 내가 없고, 세상의 어디에도 내가 존재한다. 내 안부를 물으며 오래오래 그리워했을 인연들아. 지금 나는 화전민 어느 골방에서 젖은 승복을 벗고 늙고 있는 내 몸뚱어리를 어루만진다.
아궁이 곁에는 싸리나무로 엮은 바구니 가득 감자며 고구마가 보인다. 저물도록 캐서 담을 노인과 노인의 아내, 꼽추인 딸과 반푼인 아들은 늘 손톱 밑이 뗏국이 절어 까맣고 그러면서 투정 없이 서로를 챙겼다. 꽃이 피면 꽃 피었다고 산천은 말하고 애써 만든 작은 오솔길에 눈덮이면 나그네마저 발길 닫을까 먼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때맞춰 산새 한 마리 날고.

더는 갈 곳 없는 땅 끝 에서 빈자리를 채울 나무와 바람과 소박한 햇살과 노인이 손수 지은 삼나무, 노송나무, 소나무 조각들로 질서정연하게 이은 너와지붕에 투정을 잠재울, 실한 돌덩이들이 얹힌 현실은 먹먹한 가슴앓이로 다가온다. 어깨를 기댈 울타리는 작은 경계를 이루고 어딘가에 있을 물소리, 하염없이 넘나든다. 가까운 곳에 골짜기가 먼저라며 노인의 아내가 일러주고 얼마나 넘나들었을까. 물지게가 만든 길에 묵직한 그림자 드리웠다. 눈길 주면 산이라. 날개를 펼친 새들의 날개 짓이 안개 낀 숲을 지나 숯불 가마를 지나 우물 안에 닿으면 그 깊이로 첨벙 소리가 울린다.

목메어 울어 본적이 있는가. 부엌으로 통하는 작은 미닫이문을 열어 놓고 아궁이의 열기를 온전히 느낀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럴 붉은 리듬의 표창을, 발가벗은 채로 아픔의 처음과 슬픔의 마지막 표적지가 되어 아궁이에서 삐져나온 붉은 열기에 취한다. 누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줄래? 그을음으로 잔뜩 흐트러진 흙벽 부엌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린다. 느슨하게 뒤엉킨 시간과 숭숭 구멍 나, 밖을 볼 수 있는 야성은 전율한다. 혼돈과 모순에 대한 나름의 성숙일지 모른다.

법진은 곧 상념 속에서 빠져나왔다. 밤은 이어지고 있었다. 등잔불을 밝혀주는 기름이 바닥을 보이는지 불꽃이 휘청거렸다. 날이 밝으려면 또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팔을 괴고 누워 뒤척거릴 때 누가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거머잡는 인기척을 느꼈다. 순간 긴장을 했지만 이 깊은 화전민촌으로 낯선 사람이 온다는 것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노인이거나 가족 누구겠지, 생각하며 편하게 생각을 고쳐먹었다. 방문이 나직하게 열리고 빼꼼 안으로 들여다보는 시선과 마주쳤다. 꼽추 딸이었다. 승복을 말려서 들여놓기 위해 온 것이라 생각하고 질끈 눈을 감았다. 약간의 코까지 골아주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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