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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오전 11:28:51 입력 뉴스 > 청도

고깔을 쓴다(191)
한관식 작가



젊은 연인들이 떠난 빈자리를 정리하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떠있었다.
“선생님, 가게 문 잠그고 우리 술 마셔요. 괜찮죠?”
순간 백만 볼트 전류가 몸 구석구석 파고드는 전율을 느꼈다. 어쩌면 차후에 들어올 손님에게 시간을 뺏기지 않으려는 의도일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둘만의 공간이 허락된다는 것은 감정의 도화선을 자극하는 일이었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운치 있게 주방과 내가 앉은 자리의 전등만 남겨두고 모조리 소등을 시키고 있었다.
은영이는 주방에서 안주를 만들었다. 창문을 통해 넘실대는 파도가 잦아지면 밤바다에 갈매기가 몰려다녔다. 아득한 곳에서 몰려온 파도가 다시 부딪히면, 물속에 잠긴 오른손 동상에서 푸른 물살이 포말처럼 올라왔다. 떠다니는 플랑크톤의 향연이었다.
소주에 가자미구이를 테이블에 올리며 그녀가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저도 계획에 없었고 선생님도 계획에 없었지만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게 되네요.”
호미곶으로 운전대를 잡을 때부터 솔직히 기대감은 있었다. 막연하게 둘만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둘만의 밤을 살짝 그려보기도 했다.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바램 일 뿐, 구체화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접고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씩 현실적인 간격으로 다가오는 동물적 감각을 감지하였다. 마른 침을 삼키면서 술잔을 비웠다. 그녀도 술잔을 비웠다.
“터널 안은 아비규환이었어요. 앞뒤 큰 차 가운데서 찌그러져 납작해진 운전자와 화염으로 휩싸인 버스와 차문에 끼어 외치는 비명을 뒤로 하고 미친 듯이 터널 밖으로 뛰어나왔죠. 터널 밖도 엉킨 차들로 가득했다는 기억이 내내 따라 다녔어요.”
여전히 그날의 트라우마를 품고 있는 그녀가 애틋하게 다가왔다. 나도 터널 밖에서 뒤죽박죽 엉켜 있는 차량 사이를, 간신히 몸만 빠져 나와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녀도 살고 싶었지만 나도 살고 싶었다. 환자 이송차량에 실려 가면서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다만 살았다는 것만 곱씹고 있었다.
긴급하게 실려와 응급실 침대에 눕혀져, 커튼 틈사이로 마주친 그녀의 눈빛은 강렬했다. 나처럼 불안한 눈빛으로 누워있었지만, 나처럼 서로의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아내를 잃은 나와, 남편과 오래 별거중인 그녀와 다가설 수 있는 공통적인 조건에 걸림돌이 없었다.
소주 두병이 비워졌을 때 그녀의 눈은 풀려 있었다.
“선생님, 사실 전 술에 엄청 약해요. 호호. 오늘 정량 초과를 하고 말았네요. 이해해 주실 거죠? 이해해 주셔야 해요. 응급실에서 이미 선생님을 사랑하고 말았거든요. 헤픈 여자라고 생각해도 상관없어요. 오늘 선생님과 같이 있고 싶어요.”
기분 좋게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짜릿함이 전해져 왔다.
“가게에 방이 하나 있어요. 주무시고 가세요.”
주방 곁에 있는 방으로 그녀가 안내했다. 나는 묵묵히 그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옅은 불빛 아래 그녀가 옷을 벗었다. 바다가 보초를 서주는 호미곶에서 나도 허리끈을 풀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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