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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오후 1:00:21 입력 뉴스 > 독자기고

[연재소설] 고깔을 쓴다(214)
한관식 작가



시자(侍者) (4)

 

천마산의 밤은 깊고 아득했다. 생명을 길어 올리는 어둠의 장단이 고즈넉이 깔리고 저마다 기지개를 켠 불빛들이 살아났다. 깊을수록, 아득할수록 그 빛들은 세상을 향해 붙박기를 하고 있었다.

 

동이 터면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지언정 맹렬하고 용맹스러웠다. 혹자는 먹잇감을 노리는 야행성 짐승의 눈동자로 명명했고 아니면 낮을 위해 어둠의 곡진한 영양분을 분배해주려는 자연스러운 결집(結集)이라 받아들였다. 이 모든 것이 석가모니의 은덕으로 행해진다고 믿었다.

 

타심은 천마산의 기운으로 눈을 떴다. 한 번도 안겨보지 못한 체, 업혀보지 못한 체 업둥이로 들어와서 무뚝뚝한 지족선사의 그늘이 전부였다.

 

따뜻하게 내민 손길도 없이 걸음마를 떼며 지족암의 문지방에 수차례 넘어지면서 마침내 온전한 직립보행의 인간(人間) 대열에 낄 수 있었다. 걸음을 옮긴다는 것과 중심을 잡는다는 것이 어느 정도 하나로 맞춰졌을 때, 지족선사의 자리끼 당번 역할이 맡겨졌다.

 

이삼일 건너 음식과 아궁이를 책임지는 늙은 보살의 구부정한 어깨와 지족선사의 팔자걸음을 보고 자란, 타심도 어느덧 느릿느릿한 걸음을 닮아있었다. 속세의 시간과 멀찍이 간격을 벌린 천마산 종(種)으로 입성하는 걸음이라고 되뇌었다.

 

표 나게 받아보지 못하여 기갈 들린 온기를 오직 지족선사의 눈길에서 찾으려고 타심의 마음이 항시 열려 있었다.

 

놋그릇에 담긴 자리끼가 많이 출렁거릴 때마다 타심은 지족선사의 눈치를 보았다. 근엄하면서도 냉랭한 눈길에서 동요된 마음을 진정시키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스스로 이겨내야만 했다.

 

까닭 없는 슬픔도 그랬고, 까닭 없는 미움도 그랬다. 지니고 있으면 불편하고 우울했다. 밀어내어도 똬리를 틀고 정작 둥지를 지어 들어앉는, 이 정체모를 감정들은 뭐란 말인가.

 

표정변화 없는 눈길이라도 지족선사의 면전에서 자리끼를 두고 나올 때는 왠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근래들어 불심의 소용돌이 속에서 안착하기 위한 화두로 벽면수행을 선택한 지족선사의 뒷모습만 접하게 되었다.

 

해묵은 과제들을 들춰보는 계기로 벽면수행에 들어간다는 언질(言質)에 타심은 혼란스러웠지만 재차 물어보진 않았다. 지족선사가 바라보는 벽과 타심이 바라본 벽은 달랐기 때문이다.

 

그림자처럼 실체는 없고 허상 같은 뒷모습을 향해 정성스럽게 받쳐온 자리끼를 두고 나오는 마음은 오죽 허기졌을까. 그렇지만 감당해야할 몫이라는 것도 받아들였다. 지족선사는 꼭 그만큼씩 냉정을 선물해주었다. 바위틈에서 새어나와 밤새 고인 돌절구 물에 머리를 박고 있으면 호된 죽비의 일갈이 느껴졌다.

 

“못난 놈!”

 

지족선사의 불호령에 허둥지둥 지게를 들쳐 메고 땔감을 찾아 나서기 일쑤였다. 한 번도 땔감을 구하라는 지시는 없어도 잠깐이라도 지족암과 멀리 떨어져 있는 궁여지책이 땔감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여인은 타심의 보폭에 맞춰주면서 천마산은 둘러보았다. 그러면서 들릴 듯 말듯 혼잣말로 한수의 시를 읊었다. 타심은 귀를 쫑긋 세워 최대한 소리를 채집하기 위해 귀를 열었다. 보석처럼 새벽이 움트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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