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밖에서 먹는 사람들은 '오늘은 누구와 어디 가서 무엇을 먹을까'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구내식당이 있거나 매일 점심 초대를 받는 사람들은 좀 나은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매일 점심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공짜 점심은 없으므로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상대와 상황에 따라 무엇을 먹을 것인가도 큰 문제이다.
그래서 필자는 신문에 끼여 들어오는 전단이나 지역 신문을 통하여 인근에 새로운 음식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면 잘 기억해 두었다가 한번 가보게 된다.
그리고 새로 생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그 식당의 흥망성쇠를 예측해 보는 버릇이 있다. 앞으로 크게 번성할 것인지, 6개월 이내에 문을 닫게 될 것인지, 아니면 겨우 유지하다 결국에는 망할 것인지를.
그런데 묘하게도 필자의 예측은 거의 빗나간 적이 없다. 족집게 점쟁이도 아니면서 말이다.
내가 신생 음식점의 흥망성쇠를 가름해 보는 지표는 아주 간단하다.
새로 생긴 음식점에서 처음으로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스스로에게 "다시 찾고 싶은가"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생각이 들면 흥할 것이고, 공짜로 줘도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곧 망할 집이다.
그 구별이 애매한 경우는 겨우겨우 유지되는데, 그런 경우 몇 년 안에 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음식점 성공에는 세 가지 필수요건이 있다. 그 첫째가 맛이요, 둘째가 청결이요, 셋째가 친절이다.
맛이 아주 좋으면 주문받는 사람이 좀 무뚝뚝하고 집이 좀 허름해도 성공할 수 있다. 실제로 전통 있고 이름난 식당 중에 이런 곳이 적지 않다.
맛이 그저 그래도 주방과 서비스 홀이 깨끗하고 종업원이 친절하면 시각적인 맛으로 이따금 찾게된다. 맛도 별로이고 청결과 친절이 없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
어찌 식당만 그러하랴. 다시 찾고 싶은 식당이라야 번창할 수 있듯이 다시 만나고 싶은 인간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식당에 갈 때는 주방을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다. 요리사의 옷차림이나 주방의 이곳저곳을 너무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맛이 떨어진다.
채소는 잘 씻어졌는지, 고기는 신선하게 잘 관리 되었는지, 그런 것을 일일이 생각하면 밥맛이 천리만리 도망가 버린다.
차라리 쳐다보지 않고 즐겁게 먹는 것이 이롭다. 어차피 식당이란 곳이 집처럼 깨끗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사람들은 먹는 음식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다. 어느 날 저녁 방송에 양배추가 좋다고 하면 다음 날 그 채소가 동이 나고, 비브리오 패혈증이 유행하면 횟집 근처에도 가지 않고,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 닭이나 오리집은 파리를 날리고, 최근 신종플루(돼지독감)란 말이 나오자마자 돼지고기 값이 폭락하였다.
의사들이 그러하듯이 필자도 병의 근원과 진행과정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음식에 대하여 간이 좀 큰 편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이 유행할 때 청정 동해안의 한산한 횟집에 가서 칙사 대접을 받으며 회를 먹었고,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도 많은 의사들과 함께 오리고기 식당에 가서 느긋하고 풍성하게 오리고기를 먹으면서 안전하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우리는 질병을 예방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정상적인 인간은 조류 인플루엔자, 비브리오 패혈증, 식중독, 신종플루 등 모든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체계를 갖춘 완벽하게 만들어진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오늘 점심은 돼지고기든 닭고기든 생선회든 마음 놓고 드세요. 병원균 너무 걱정 마시고.